금값 오르고 불경기 맞자 '이스트 포크' 계곡 골드러시 전문가는 하루 200달러도 캐내…"큰 돈번다" 사기도
최근 금값이 폭등하면서 아주사 지역 이스트 포크 계곡에 사금을 채취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 금값이 폭등하면서 아주사 지역 이스트 포크 계곡에 사금을 채취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1848년 샌프란시스코 인근 코로마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2년 만에 9만명이 금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다. '골드러시'(Gold Rush)의 시작이다.

같은 시기 LA에서 북동쪽으로 40마일가량 떨어진 '아주사'에 위치한 샌게이브리얼 산에서도 '금'이 발견됐다. '이스트 포크(East Fork)' 계곡을 중심으로 금을 찾기 위한 마을도 형성됐다. 하지만 1862년 홍수로 금광 마을은 통째 사라져 버린다.

최근 아주사 '이스트 포크' 계곡이 새로운 '골드러시'를 경험하고 있다.

금값이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하면서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도 골드러시에 합류하고 있다. 아주사 이스트 포크의 사금채취 현장을 찾아가봤다.

흙을 흐르는 계곡물에 거르고 나면 작은 사금들이 가라앉는다. 한 남성이 체를 이용해 흙과 사금을 걸러 내고 있다.
흙을 흐르는 계곡물에 거르고 나면 작은 사금들이 가라앉는다. 한 남성이 체를 이용해 흙과 사금을 걸러 내고 있다.
20일 오전 10시 아주사 샌게이브리얼 산 입구 주차장. 해발 2020피트인 이스트 포크 계곡으로 들어가려면 여기서부터는 걸어야 한다. 길을 안내하기 위해 한인 프랭크 김씨가 동행했다. 그의 직업은 산삼을 캐는 심마니다. 체력단력을 위해 이스트 포크 계곡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그는 "금값이 급등하자 사금채취에 관심을 갖고 관련 장비를 구입하는 한인들도 늘었다"며 "LA와 가까워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정말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산 길은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로 붐볐다. 이들은 단순히 등산을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들의 배낭에는 대부분 양동이와 삽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10여분을 올라가자 계곡 밑으로 20여 명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계곡 물을 따라 체를 걸어 놓고 구덩이에서 파낸 흙에서 무언가를 신중히 걸러내고 있는 존 만시시니(43.레이크타호)씨에게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는 "중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아들과 함께 취미삼아 사금 채취를 하러 종종 온다"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계곡 곳곳에 구덩이를 판 흔적도 많아졌고 사람들의 손길이 안닿은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취미로 금을 찾는 사람들은 계곡 입구에서 자리를 잡지만 전문가들은 산 안으로 10마일은 더 깊숙이 들어 간다고 한다. 계곡을 따라 2시간을 더 들어가자 길은 자갈과 가파른 바위 등으로 더욱 험난해졌다. 계곡을 수차례 가로 질러야 하는데 물살도 거세졌다. 빠른 물살에 중심을 잃고 계곡에 첨벙 빠지기를 수차례. 사금 채취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쉽게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더 많은 경쟁자가 생길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사금채취 경력이 10년째라는 프레드 멀린(62)씨는 "요즘은 주중에도 불구하고 아침만 되도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사금을 채취한다"며 "생계형 사금 채취자들은 전문적이기 때문에 일반인들과 달리 깊숙한 계곡으로 들어가서 작업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바위들이 굴러 떨어졌거나 산이 무너져 물이 고이게 된 계곡 인근을 목표로 삼는다. 그런 지형에서 금이 더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산 길을 내려오자 오전 시간에 비해 2~3명씩 무리를 지어 사금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한 남성이 사금 채취 장비를 들고 흙을 걸러내다가 환호성을 질렀다. 티끌만한 사금 서너 개가 걸러졌다.

환호성의 주인공인 로드 마인(45.리버사이드)씨는 "이틀째 야영을 하면서 사금을 채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세일즈맨을 하다가 해고를 당한 뒤 사금채취를 하게 됐다"며 "이 일은 오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자연스레 많아져서 좋다"고 말했다.

마인씨는 "하루에 최대 100달러 가치의 사금을 채취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스트 포크 계곡 물에 발을 담근 모두가 환호성을 지른 것은 아니었다. 기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빈 손으로 산을 내려와야 했다.

인근 지역 주민 리언 프레쥬드(49.아주사)씨는 "요즘 금값이 오르면서 사금채취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그만큼 부작용도 크다"며 우려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사금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며 사람들을 유혹해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다"며 "경제침체와 금값 폭등이 맞물려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취장비 및 가는 길

224141173.jpg수동식 장비 250 ~ 1000달러
환경보호 차원 기계 채취 금지

아주사 지역 이스트 포크(East Fork)는 샌게이브리얼 강의 상류 부분에 속한다.

이스트 포크는 1854년 계곡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골드 러시' 붐을 타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몰려들며 사금 채취 지역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스트 포크 가려면

210번(동쪽방면)을 타고 가다가 아주사 애비뉴(Azusa Ave)에서 내려 샌게이브리얼 캐년 로드(San Gabriel Canayon Rd)를 따라 10마일 정도 가면 오른편에 이스트 포크 다리가 나온다. 이를 따라 8마일 정도 가면 이스트 포크 트레일로 이어지는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가야한다. 사금을 채취할 수 있는 계곡은 이스트 포크 트레일을 따라 약 10마일 가량 이어진다.

▶사금채취 장비는

퍼 올린 흙 또는 모래로 부터 금을 걸러내는 장비가 필요하다. 기계를 통해 다량의 모래를 퍼 올린 뒤 금을 걸러내는 장비부터 직접 손으로 체를 통해 걸러내는 수동식 장비 등 다양하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 2009년부터 사금채취가 급격히 늘어나자 기계를 통한 사금채취 작업은 오는 2016년까지 법으로 금지시켰다. 사금채취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무리하게 자연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직접 체를 통해 걸러내는 수동식 장비는 종류에 따라 250~1000달러면 구입이 가능하다.

▶얼마나 버나

오렌지카운티 지역 사금채취 동호회인 '루트66' 마이크 유뱅크 회장은 "10년 넘게 경력이 있는 전문가의 경우 하루 평균 150~200달러 가치의 사금을 캐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금값이 오르자 사금을 직업적으로 캐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아졌는데 이 작업을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