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와 산, 커피 향에 젖는

비 오는 날이 좋아야 시애틀 시민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면 시애틀의 우기가 시작된다. 10월초부터 시작되는 우기는  다음해 3-4월을 넘기고서야 주춤하게 된다. 

여름내 맑았던 날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이 시기에 시작되는 풋볼 경기를 보며 [카우치 포테이토]가 된다.  먹기 만하고 빈둥빈둥 거리며 지낸다는 이야기다.

고향에 있을 때는 비 오는 날이면 빈대떡이나 수제비를 즐겨 먹었다. 그런데 팝콘과 피자 맛에 익숙할 때 즈음이면 이미 허리는 굵어지고 벌어졌던 어깨가 좁아지면서 [호리호리한 두 어깨 딱 벌어진 허리]가 된다.  그러다 보면 외출하는 횟수도 적어지고 여행은 생각 밖의 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But), 비가 많이 오는 시애틀의 겨울 날씨가 없다면 항상 푸르른 워싱턴주의 침엽수는 자랄 수도 없고, 늘 눈으로 덮인 만년설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시애틀의 겨울날씨를 물으면” Seattle weather like a Crazy woman”이라   농담처럼 표현한다. 우리 말로 표현하면 시애틀의 날씨는 “미친년 널 뛰듯 한다” 와 같다. 그만큼 날씨가  변덕스럽다. 아무튼 시애틀 주변의 산수가 아름답고, 맑은 공기 그리고 깨끗한 청정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은 긴긴 겨울에 내리는 비가 있어 가능하다. 비가 오는 날이 좋고, 시원하게 느껴지면 비로서 시애틀에 사는 시민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   ------"

진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음악을 듣노라면 시애틀에 있음이 더욱 풍요롭게 느껴진다.

   얼마전 태평양 바다와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의 산을 다녀왔다. 지도를 펴라 시애틀 서쪽에 올림픽 국립공원과 태평양이 있다. 태평양에 있는 Ocean City,, Ocean Shore, Pacific Beach  쌈박한 도시이름이다. 기억하기도 쉽다. 돌 하나 없는 해변의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기에 적합하다.  4X4 가 아닌 일반 승용차로도 해변을 달릴 수 있다. 모래사장의 바닥이 잘 포장된 도로처럼 단단하다.  수 많은 바닷새들을 바다로 내몰기도 하고, 파도를 따라 바다로 육지로 오간다. 온 몸에 열기가 나와 함께한 이들과의 따뜻한 정감이 더해진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바닷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호텔에서 1박을 했다. 객실에서 석양보면 바다에 빨려들어간다. 바다가 보이고 벽난로가 주방 시설도 있는 객실이다. 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Exit 105로 들어가 서쪽으로 가면 8번과 12번 도로를 만나게 되고 다시 109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간다. 편도 3시간 30분. 큰 무리가 없었다.

   며칠 후  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으로 갔다. 사방에 만년설로 뒤덮인 곳. 5번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Exit 255으로 들어서면 542번 도로를 만나게 된다. 그 길을 따라 계속 동쪽으로 가면 석산과 베이커 산(Mt. Baker)을 만나게 된다. 산에 오르다 비를 만나도 좋다. 산에는 눈이 내릴터이니 3천 미터가 넘는 설산을 보노라면 잠시나마 더러워진 마음을

씻을 수 있어 정겹다. 시애틀에서 출발하여 가는 길이 멀기는 해도 언제나 침엽수와 만년설이 반겨주니 좋다. 바다가 여름이라면 산은 겨울에 찾아야 신명이 난다.  10월 중순 부터- 4월 말까지 ) 함박눈이 쏟아진다.  차가운 칼바람이 매섭기는해도 코 끝을 스치는 상큼함을 어떤 말로도 표현하리--  

  계절에 관계없이 자동자 안에 두툼한 방한복과 장갑, 간단한 스낵(먹거리)이 준비되어 있다.  목적지를 가는 동안에는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한 모금씩 넘길 때마다 온몸을 감싸는 커피가 있어 시애틀은 언제나 풍요롭게 느껴진다. (우서방)

coffee  

따듯한 커피 한 잔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