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년 계곡의 기온은 한낮이 되면서 쨍쨍하게 내려쪼이는 햇볕의 기세에 따라 점점 높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새벽 세시 반에 출발하여 이제 한낮이  되었으므로 그럭저럭 아홉시간 동안 약 15마일 가량을 걸어 온 셈이다. 


한동안 휴식을 취한 우리 일행은 나머지 거리 약 11마일을 주파하기 위하여 출발하였다. 


그런데 김 사장 내외와 그 분의 친구 한명 그리고 나는 리더의 허락을 얻어 약 30분정도 일찍 출발하였다. 

왜냐하면 미쎄스 김이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걸음이 느렸으므로 다른 일행들의 행진이 더뎌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의도였다. 


우리는 리더가 가르쳐 준대로 길을 따라 앞서 출발하였다. 

잠시 후에 길의 오른쪽으로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콜로라도강의 희뿌연 물결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강을 가로지르는 은빛 다리가 보였다. 그런데 조금 더 걸어 가니까 그 위로 또 다른 더 크고 검은 다리가 강을 가로 지르고 있었다. 


나는 첫번째 다리를 건너야 맞을것 같아 그 다리를 건너자고 말하였으나, 나머지 세사람은 두번째 다리가 맞는다고 하여 모두 두번째 더 크고 검은 다리를 향하여 걸었다. 


그다리를 건너는데 거침없이 흐르고 있는 콜로라도 강의 위세가 주변의 깎아 지를듯이 높이 솟아오른 바위들과 한데 어우러져 매우 압도적이고 인상적이었다. 


다리를 건너자 바로 눈앞에 커다란 동굴이 나타났다. 우리는 마치 무슨 영화 세트장 에나 온 것처럼 신기하고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였다. 


그리고 이제 계곡을 오르려 하는데 그곳에서 이 계곡을 순찰하던 레인저와 마주쳤다. 

레인저는 우리에게 미소를 지으며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우리가 “남쪽 끝 절벽을 올라갈 예정으로 가고 있다”라고 대답하자 그 사람은 놀란듯이 눈을 휘둥그레 깜빡이면서 “도대체 얼마만큼의 물을 가지고 가느냐?!”라고 우리 한사람 한사람에게 물었다. 


그리고 우리의 장비와 행색을 보더니, “이 길은 앞으로 약 6마일의 거리에 물도 없고 휴식처도 없이 땡볕만 내리쬐는 벌판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준비물로 이쪽 길로 가기에는 너무 무리니까 되돌아 낮은쪽의 다리로 돌아가라”고 말하였다. 


우리가 길을 잘 못 들은 것이었다. 

그동안 어렵게 걸어 올라 온 길이 약 1마일 이상인데 그 길을 다시 되돌아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모두가 낙담하였다. 


특히 그때까지 한걸음 한걸음 어렵게 걸어 온 미쎄스 김은 그자리에 펄썩 주저앉을 만큼 크게 낙담하여 한동안 망연자실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저 실망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서로서로 격려하고 힘을 내어 다시 내려가자고 얼른 일어섰다. 


그리고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였다. 저멀리 강 건너편에 뒤에 출발한 일행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부지런히 다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콜로라도 강의 이편 절벽에도 밑의 다리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있어서 굳이 강을 다시 건널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급히 내려오는 가운데에도 콜로라도 강과 두개의 다리가 한데 어울려 빚어내는 장관의 모습에 감탄하면서 어려운줄 모르고 내려왔다. 


그리고 일행과 합류하여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무리는 역시 무리였다. 

미쎄스 김이 자꾸 힘들어 하고 처지면서 우리들의 걸음은 점점 더뎌지기 시작하였다. 

할 수 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행 중 먼저 갈 사람들은 먼저 보내고 남아서 함께 갈 사람들은 천천히 미쎄스 김과 함께 걷게 되었다. 


12명의 일행중 7명이 함께 남아 걷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남아 미쎄스 김의 짐을 나누어 지고 함께  걸으면서, 우리는 오히려 더 즐겁고 여유있는 하이킹을 하게 되었다. 


김사장은 조금이라도 더 미쎄스 김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격려하기 위하여 연신 유쾌한 제스츄어와 재미있는 농담으로 일행을 즐거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우리 일행은 전혀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아주 천천히 그리고 유쾌하게 즐기면서 시간시간마다 수시로 그 색갈과 모양을 바꾸어 가는 그랜드 캐년의 장관과 계곡의 구석구석을 감상하면서 마치 소풍나온듯 한 기분으로 함께 걸었다. 


그리고 저녁 9시경, 사방이 칠흑같이 깜깜한 계곡의 어둠을 헤치고 마침내 우리는 남쪽 끝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하여 먼저 도착한 일행들의 반가운 마중을 받았다. 


그랜드 캐년 계곡 26마일에 2마일을 더 보탠 약28마일의 대 장정이 열여덟 시간만에 무사히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키  한, 뉴-스타 부동산 토렌스 지사 근무. 직통: 310)968-8945.

             웹-사이트: http://kihan.newstarreal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