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 대하여

다양화된 현대사회 뿐 아니라, 인류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개만큼 친근한 동물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개인화, 핵가족화는 현대인에게 ''을 느낄 대상을 찾게 만들었다. 예민한 감각과 온순한 성질, 주인을 잘 따르는 충성심, 낯선 사람에겐 경계심을 보이는 개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개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늘 인간의 주위에서 존재해 왔다. 개와 인간과의 관계는 약 2만에서 만 2천년전부터 친숙하게 되었다. 때로는 구박과 멸시와 버림을 받고, 지신의 몸을 희생하기도 한다. 인간이 개를 버려도 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인간의 주위를 맴돌면서 더러는 사랑도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개는 우리의 일상생활 문화에서 인간의 주위를 구성하는 풍경(風景)처럼 존재한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이야기나 속담, 신앙, 미술 등에서 개의 이러한 행태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개는 인간과 함께 오랜 생활을 해 오는 동안 인간과 거의 동일시하여 왔다. 그래서 "개는 사흘만 기르면 주인을 알아본다"라는 속담이나, 자기 자식을 가리켜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는 애칭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동물 가운데 가장 흔히 접할 수 있고, 인간과 가장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동물은 개이다. 개는 그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하여 사람을 잘 따르며, 개는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하다. 또 자기의 세력 범위 안에서는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특히 주인에게는 충성심을 가지며, 그 밖의 낯선 사람에게는 적대심, 경계심을 갖는다. 아주 오랜 시기를 같이 살아온 개는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상징이다. 특히 설화에 나타나는 의견(義犬)은 충성과 의리를 갖춘 우호적이고 희생적인 행동을 한다.

개는 아주 영물스런 동물이다. 십이지 열두 동물 중에 호랑이 다음 가는 맹수이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가축이다. 그래서인지 민담에는 개에 관한 이야기가 유난히 많다. 동물 가운데 개만큼 우리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경우도 드물다.

개에 대한 표현방식은 시대에 따라서 문헌, 고분 벽화, 설화, 신앙, 그림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한국 문화에 나타난 개는 충성과 의리의 충복, 심부름꾼, 안내자, 지킴이, 조상의 환생, 인간의 동반자 등의 상징적 의미와 함께 비천함의 대표격으로 등장한다.

예로부터 개는 집지키기, 사냥, 맹인 안내, 수호신 등의 역할뿐만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흰개는 전염병, 병도깨비, 잡귀를 물리치는 등 벽사 능력뿐만 아니라, 집안에 좋은 일이 있게 하고, 미리 재난을 경고하고 예방해 준다고 믿어 왔다.삼국유사에 보면 백제의 멸망에 앞서 사비성의 개들이 왕궁을 향해 슬피 울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집에서 기르던 개가 슬피 울면 집안에 초상이 난다 하여 개를 팔아 버리는 습속이 있다. , 개가 이유 없이 땅을 파면 무덤을 파는 암시라 하여 개를 없애고, 집안이 무사하기를 천지신명에게 빌고 근신하면서 불행에 대비한다.

무속신화, 저승설화에서는 죽었다가 다시 환생(還生)하여 저승에서 이승으로 오는 길을 안내해 주는 동물이 하얀 강아지이다. 이처럼 개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옛 그림에서도 개 그림이 많이 나온다. 동양에서는 그림을 문자의 의미로 바꾸어 그리는 경우가 흔하다. 개가 그려진 그림을 보면 나무 아래에 있는 개 그림이 많다. 이암의 화조구자도와 모견도, 김두량의 흑구도 등이 그 예인데, 나무() 아래에 그려진 개는 바로 집을 잘 지켜 도둑막음을 상징한다. 개는 ’(개 술)이고, 나무는 ’(나무 수)이다.

’(지킬 수)와 글자 모양이 비슷하고, ‘’(지킬 수)와 음이 같을 뿐만 아니라 와도 음이 같기 때문에 동일시된다. 戌戍樹守로 도둑맞지 않게 잘 지킨다는 뜻이 된다. 이와 같은 개의 그림을 그려 붙임으로써 도둑을 막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일종의 주술적 속신(呪術的 俗信)은 시대를 거슬려 올라가 고구려 각저총의 전실과 현실의 통로 왼편 벽면에도 무덤을 잘 지키라는 의미에서 개그림을 그려 놓았다.

의견 설화와 의견 동상, 의견 무덤 등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는 전국에서 전승된다. 그런가 하면 서당개, 맹견, 못된 개, 미운개, 저질 개, 똥개, 천덕꾸러기 개는 비천함의 상징으로 우리 속담이나 험구()에 많이 나타난다. 개살구, 개맨드라미 등 명칭 앞에 가 붙으면 비천하고 격이 낮은 사물이 된다.

사람들은 주인에게 보은할 줄 알고 영리한 개를 사랑하고 즐겨 기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흔히 천한 것을 비유할 때 개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개는 아무리 영리해도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 밖에서 자야 하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을 먹어야 한다. 사람보다는 낮고 천하게 대접받는다. 개에게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으니 의로운 동물이라는 칭찬과 천하다고 얕잡아 취급하는 양면이 있다. , 개에 대한 민속 모형은 충복과 비천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불가에서는 개를, 특히 개고기를 금기시한다. 눈이 셋 달린 개는 삼목대왕의 환생물이라는 불교 설화와 후대에 내려오면서 형성된 개가 조상의 환생이라는 속신으로 인해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고, 사찰이 대개 산 속에 있으므로, 이를 먹고 절에 가면 개고기 냄새가 나서 호환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속신으로 더욱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유가(儒家)에서는 개를 크게 금기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예를 극도로 중시하는 향음주례(鄕飮酒禮)에서 개고기가 술안주로 나온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하여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속담에서 개의 비유는 어리석은 사람, 비천한 것, 도덕적이지 못한 것, 혹은 더러운 것, 쓸데없는 짓 등 좋지 않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개는 우리와 생활 속에 밀접하게 더불어 살아왔기 때문에 개의 적나라한 일거수 일투족이 속담에서 그려진다. 하찮은 존재에 대한 비유,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비유, 우둔하고 어리석은 모습, 약자로서의 모습, 무식한 이미지에 대한 비유, 보기 흉한 모습, 굶주린 모습, 게으르고 태만한 모습 등 비천함의 대명사로 속담에서 개가 묘사된다.

민요에는 개가 사랑의 방해자, 잠자는 아기를 깨우는 어머니의 미움을 사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는 낯선 사람을 보면 짖어대는 속성으로 인해 사랑을 훼방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남몰래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님이 밤에 오시는데 그 때마다 짖어 대는 야속한 개를 민요에서 한탄했다. 통영 지방에서 전승되는 개타령에 보면

개야 개야 깜둥 개야 / 개야 개야 깜둥 개야

가랑잎만 달싹해도 짖는 개야

청사초롱 불 밝혀라 / 우리임이 오시거든

개야 개야 깜둥개야 / 개야 개야 깜둥개야

짖지를 마라 짖지를 마라 / 멍멍멍멍 짖지를 마라

개야 개야 삽살개야 / 개야 개야 삽살개야

나뭇잎만 달싹해도 / 멍멍멍멍 짖지를 마라

한산도야 만물어 보자 / 우리임 외거든

개야 개야 삽살개야 / 개야 개야 삽살개야

개야 개야 백설개야 / 개야 개야 백설개야

문풍지만 달삭해도 짖는 개야

밤중 밤중 야밤중아 / 우리임이 오시거든

개야 개야 백설개야 / 짖지를 마라 짖지를 마라

멍멍멍멍 짖지를 마라

개야 개야 노랑개야 / 개야 개야 노랑개야

달그림자만 보아도 짖는 개야

오동추야 달밝은 밤에 / 우리임이 오시거든

개야 개야 노랑개야 / 짖지를 마라 짖지를 마라

멍멍멍멍 짖지를 마라 가랑잎만 달싹해도, 나뭇잎만 굴러가도, 문풍지만 떨어도, 달그림자만 보아도 짖는 개를 밤중밤중 야밤중에 우리임이 오시더라도 짖지말라는 임을 그리는 여인의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다. "자장자장 자장/ 돌이야 자거라/검둥개야 짖지마라/흰둥개야 짖지마라" 하며 아기 잠재운다. 그러나 어머니의 등에서 고이 잠든 아기의 단잠을 깨우는 것도 멍멍 짖는 개소리다.

맹수였던 개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가축으로 길들여졌는지에 대한 자세한 문헌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야생동물 가운데서는 가장 일찍 가축이 된 것으로 의견들이 모아진다. 십이지에 개()가 들어 있고, 제주도에 개를 사육하여 그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는 중국쪽 기록과 더불어 신라 지증왕이 개로 인해서 왕비를 구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미 사람들과 한 울타리 안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개의 조상은 그 생태나 외양으로 보아 늑대나 이리로 추정된다. 또한 지금 일부 지방의 들개처럼 처음에는 반야생 상태로 길러졌을 것이다.

옛 문헌에는 사냥개를 전견(田犬), 집을 잘 지키는 개를 폐견(吠犬), 보신탕용으로 길러진 개를 식견(食犬)이라 하였다. 처음에는 사냥용으로 먼저 가축화되었다가 나중에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하여 식용화되었을 것이다.

개는 여우와는 달리 주둥이와 꼬리가 짧은 편이다. 본래는 저들의 조상처럼 육식성이었으나 인간과 함께 하면서부터 잡식성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위장구조도 초식동물을 크게 닮았다. 그리고 저들 조상과는 달리 밤낮없이 잘 짖는다. 그것도 가축화되면서 그렇게 바뀌었을 것이다.

개는 눈과 귀가 밝을 뿐만 아니라 귀소성까지 있어서 인간에게 충성을 하는데 필요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일찌기 충견으로 사랑받아 왔고, 조선 중종 때는 전라도 감사가 개의 귀소성을 이용하여 개에게 통신 업무를 맡긴 적이 있다는 기록도 있다. 흔히 행동이 못난 사람을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꾸짖는데, 그 말 속에는 개의 인격성이 다분히 들어 있다. 그래서 소나 돼지의 먹이는 죽이라고 부르고 개의 먹이는 개밥이라고 높여주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 풍속 가운데 정월 대보름날 여러 집의 약식을 얻어다가 절구통 위에 앉아 개에게도 던져주고 자기도 먹는 풍속이 있다. 그러면 그 한해는 개와 사람이 모두 건강하다고 했다.

상술일(上戌日)은 개의 날이다. 이날 농부들은 쉰다. 일하면 개가 텃밭에 가서 해를 준다고 믿었다. 이날은 또 풀을 쑤지 않는데, 그 이유는 개가 풀을 먹고 병이 난다고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이날 연장을 수리하면 좋다고 했다.

개에 관한 속담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개 따라가면 측간 간다' '개 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 안 된다' '개 핥은 죽사발' 등이 있다. 또한 본래의 것보다 못할 때 쓰는 접두사로는 '개살구' '개참외' '개망나니' '개머루' '개백정' 등으로 부정적인 의미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개는 살아서 집을 지키고 죽어서 몸을 바치는 희생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애완동물 가운데 가장 사랑받고 있다.

 

한국의 토종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개인 진돗개는 천연기념물 제53호로 강한 귀소본능과 용맹성을 가졌다. '삽살개 있는 곳에는 귀신도 얼씬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삽살개는 온몸이 털로 덮여있어 신선이나 도사가 연상되기도 하고, 저승사자를 막아주던 개이기도 하다. 풍산개는 뛰어난 순발력과 지구력으로 개마고원 일대에서 사냥용 수렵견으로 이용되어 왔다. 꼬리가 없는 개, 댕견은 조선시대 '꼬리가 없는 동물과 인간이 가까이 하면 재앙이 온다'는 속설로 인해 많이 사라진 희귀견이다. 몸이 유연하고 민첩하고, 꼬리가 없는 대신 청각과 후각이 많이 발달했다.

 

개관련 유물

많은 동물 중에서 사랑스럽고 친근함을 지닌 개는 풍속화 속에도 인간과 가장 가까이에 그려져 있다. 풍속화에 나타난 개는 사실적이고 토속적인 모습이고, 민화에서는 벽사의 의미로서 과장된 모습으로 그려졌다.

 

오수의 개

'오수의 개'라고 불리는 의견은 인간이 가진 덕성인 지혜, 용기, 효행을 겸비하여 '못된 사람보다 낫다'는 칭송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설화 및 의견제

지금으로부터 1천년 전 신라 거령현에 김개인 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개를 무척 좋아해 항상 데리고 다녔다. 어느해 이른 봄 오수장에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개인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불이 번져오기 시작했고, 충성스런 개는 주인을 깨우려 했지만 만취한 주인은 깨지를 않았다. 개는 급히 냇가로 달려가 온몸에 물을 적시어 주인곁의 잔디를 적시기를 반복했고, 너무나 지친 개는 주인 옆에 쓰러져 죽었다. 깨어나 상황을 파악한 김개인은 자신을 살리고 죽어간 개를 안고 원통해 했다. 개의 장사를 치룬뒤 그 자리에 평소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았는데 얼마뒤 그 지팡이에서 싹이나고 커다란 느티나무가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나무를 오수라 불렀다. '모든 사물에 불성이 있다는'는 불교의 심오한 진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 이야기는 오늘날 '오수 의견제'를 통해 되새겨 지고 있다.

 

개의 쓰임새

강한 경계심과 움직이는 물체에 민감한 경찰견은 범인을 추격하거나 잡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예민한 청각과 후각은 첨단과학장비를 능가하는 탐지능력을 갖고 있다. 도우미견들은 소외되고, 불편한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도와주고, 활력을 주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보청견은 청각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일상의 소리를 구별하여 듣고 주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선 전통적으로 개고기가 대표적인 보신음식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복날 개고기를 삶아 먹고 땀을 흘리고 나면 허한 기운을 보충할수 있다'하여 '보신탕'이라 불리는 개장. "중국에서는 향육. 북한에서는 단고기"라 불리는 개고기는 소화흡수력이 뛰어나고 양질의 영양가를 많이 갖고 있다. 그러나, 개고기의 식용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거운 만큼 지혜로운 절충점을 찾아야겠다.